글벤처창업
시리즈 투자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확률 게임
VC 투자유치율과 TIPS 이후 시리즈 A·B·C 도달률 통계로 시리즈 투자가 바늘구멍 같은 확률 게임임을 이해하고, 자력 수익모델, VC 관점 이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활용이라는 세 가지 대응을 제안한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면 자본금은 1년 이내에 빠르게 소진된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정부지원사업, 기보, 신보 보증서 대출을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그다음에는 벤처투자 라는 문 앞에 서게 된다. 처음엔 열심히 두드리면 그 문이 열릴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통계는 창업자의 기대와는 늘 다른 곳을 가리킨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접수 기업 중 약 2% 만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VC 검토까지 들어간 기업만 놓고 봐도 7~9% 기업만 투자를 받았다는 통계가 있다. VC 투자유치에 돌입했던 90% 이상 기업이 투자를 못받는 것이다. 벤처투자는 본질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 후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10배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기업이 후보군이다. VC는 그런 기업을 찾는다. 그 관점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창업자는 문 앞에서 길을 잃는다.
아이러니는 투자를 받고 난 뒤부터 시작된다. 2022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TIPS를 받은 기업 중 39%만 시리즈 A 투자유치에 성공하였고, 13%가 시리즈 B, 그리고 3%가 시리즈 C, EXIT은 2%에 불과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시리즈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 단계 투자유치 기업의 30%만 다음 라운드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3%만 시리즈 C에 도달한다.
시리즈 투자는 VC에게는 매우 강력한 전략이다. 투자 후 의미있는 성과를 낸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지분율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는 시리즈 투자가 구조적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확률 게임을 만들어낸다. 창업자 입장에서 시리즈 C까지 가는 성공률은 약 3%, 가파른 산맥을 오르는 일이다. 시리즈 C에 도달하지 못했던 97% 기업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VC의 투자는 성장의 기회이지, 생존의 대안이 아니다.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창업자는 독자적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자력으로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은 결국 VC의 후속투자에 의존하게 되고, 그 관계가 흔들리는 순간 사업의 방향도 흔들린다.
둘째, 어쩔 수 없이 VC 의존 구조에 놓여 있다면 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VC의 관점과 스케줄, 그리고 그들이 기대하는 성장 스토리를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관리하며,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창업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전략가로서의 감각이 필요하다.
셋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라, 사업의 성과를 시장에 증명하고, 투자자가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펀드레이징 리더십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스타트업은 원래 주도권을 빼앗기기 쉬운 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순간, 오히려 주도권이 창업자에게 넘어온다. 창업자는 늘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은 얇은 철판처럼 보일 뿐, 때때로 밀어보면 열리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문을 여는 힘’보다 ‘문을 버틸 힘’을 먼저 잃는다는 점이다.
투자는 기회다. 하지만 기회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을 가진 스타트업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